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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DeepSeek)의 부상: 중국 AI 혁명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

by senskim100 2025. 3. 23.

서론: 조용한 부상, 격렬한 파장

2023년, 글로벌 인공지능(AI) 지형도는 OpenAI, 구글, 앤트로픽 등 미국 기업들의 주도로 형성되었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북경의 한 스타트업이 세계 AI 생태계를 은밀하게 재편하고 있었다. 양수(Yang Shu)와 자하오 리(Zazhao Li)가 설립한 '딥시크(DeepSeek, 深度求索)'는 설립 1년 만에 글로벌 AI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중국발 AI 혁명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딥시크는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 중국의 기술적 야망, 미중 기술 패권 경쟁, AI 기술의 민주화, 그리고 AI 윤리와 가치관 충돌이라는 복합적 쟁점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기술 강대국 사이에서 자국의 AI 주권과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도전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1. 딥시크의 실체: 중국 AI의 새로운 표준 제시자

기업 프로필과 배경

딥시크는 2023년 바이두 출신의 AI 전문가 양수와 기술 산업 배경을 가진 자하오 리에 의해 설립되었다. 설립 초기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이 스타트업은 약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기술 대기업의 지원을 받았다. 북경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전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대형 기술 기업 출신 인재들을 적극 영입하며 기술 중심 조직을 구축했다.

주요 모델과 기술적 성과

딥시크는 단기간에 주목할 만한 AI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 DeepSeek LLM: 7B, 67B 파라미터 규모의 범용 대규모 언어모델
  • DeepSeek-Coder: 16B 파라미터, 87개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하는 코딩 특화 모델
  • DeepSeek-Math: 수학적 추론에 최적화된 특수 목적 모델

이 모델들은 영어 1.6조, 중국어 0.4조 토큰이라는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되었다. 특히 DeepSeek-Coder는 GitHub의 방대한 코드 데이터를 학습해 HumanEval, MBPP 등 코딩 벤치마크에서 경쟁력 있는 성능을 보이며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의 주목을 받았다.

오픈소스 전략의 의미

딥시크의 차별점은 대부분의 모델을 'DeepSeek License'로 공개하는 오픈소스 전략에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공개를 넘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 AI 기술의 접근성을 높여 글로벌 개발자들의 활용 촉진
  • 중국의 AI 기술력을 과시하는 국가적 소프트 파워 수단
  • 글로벌 AI 생태계에 중국 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교두보
  • 미국 중심의 AI 기술 패권에 대한 전략적 대응

2. 중국의 AI 지원 전략과 딥시크

국가 차원의 전략적 배경

딥시크의 급부상은 중국의 국가적 AI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2017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은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선도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국가적 비전 아래, 중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 메커니즘

자금 지원 체계

  • 정부 주도 투자 펀드를 통한 간접적 자금 지원
  • AI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 혜택 및 보조금 제공
  • 국가 핵심 기술 개발 프로젝트 참여 기회 제공

기술 생태계 조성

  •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AI 산업 클러스터 구축
  • 대학-기업 협력 연구 장려 및 지원
  • 데이터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지원

인재 확보 지원

  •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rogram)' 등을 통한 해외 AI 인재 유치
  • AI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
  • 기업의 인재 확보를 위한 행정적 지원

딥시크에 대한 실질적 지원

딥시크는 이러한 국가적 지원 체계 속에서 다음과 같은 실질적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컴퓨팅 인프라 접근: 국가 주도의 슈퍼컴퓨팅 자원에 대한 우선적 접근권
  • 국책 프로젝트 참여: 정부 주도 AI 이니셔티브에 딥시크 기술 활용
  • 시장 보호 환경: 외국 AI 기업에 대한 규제를 통한 국내 시장 보호
  • 정부-기업 파트너십: 정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안정적 수요 창출

3. 딥시크가 제기하는 주요 쟁점

미중 기술 패권의 뜨거운 감자

딥시크는 단순한 AI 스타트업이 아닌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전선에 선 상징적 존재다. 미국이 반도체 수출 통제와 같은 조치로 중국의 AI 발전을 제한하려는 시도 속에서, 딥시크는 중국의 자체 AI 역량 확보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증명한다. 중국이 자체 기술로 서구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기술 패권 구도에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데이터 출처와 지적재산권의 회색 지대

딥시크가 모델 학습에 사용한 2조 토큰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 출처에 대한 불투명성은 국제적 논란을 야기한다. 특히 코드 모델의 경우, GitHub의 방대한 코드베이스를 학습했다는 점은 오픈소스 코드의 상업적 활용과 지적재산권 문제를 제기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서구의 저작권 규범을 우회하며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가치관과 검열의 충돌

딥시크의 모델은 중국 정부의 AI 규제 지침을 따르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서구의 AI 윤리 기준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으며,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보호, 정치적 검열 등에 관한 근본적 가치관 차이를 반영한다. 딥시크의 모델이 글로벌하게 확산될수록 이러한 가치관 충돌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AI 기술 민주화의 양면성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은 AI 기술 민주화에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고성능 AI 모델의 광범위한 확산은 오용 가능성, 가짜 정보 생성,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위험을 증폭시킨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중국의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중국식 AI 윤리와 규범이 함께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 안보와 기술 의존성 문제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기업의 부상은 국가 안보 관점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중국 AI 기술에 대한 의존이 가져올 잠재적 위험을 우려한다. 반면 중국은 자국 기술의 글로벌 채택을 통해 기술 표준 설정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하려 한다.

4. 대한민국 AI 산업의 현주소와 도전

한국 AI 산업의 현주소

대한민국의 AI 산업은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나,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간자' 위치에 놓여 있다. 한국은 뛰어난 ICT 인프라와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규모 언어모델(LLM) 등 최첨단 AI 기술 분야에서는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의 KoGPT, LG의 엑사원 등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델 규모와 성능 면에서 OpenAI, 구글, 앤트로픽의 미국 모델은 물론 딥시크와 같은 중국 모델과도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한국어 데이터의 규모적 한계와 컴퓨팅 자원 확보의 어려움이 근본적 도전 요소로 작용한다.

현재 한국의 AI 정책은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AI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데이터 구축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으나,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독자적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국 AI 산업이 직면한 도전

  • 기술적 격차: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과 대규모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 인재 유출: 글로벌 AI 기업들의 공격적인 채용으로 인한 국내 AI 인재의 해외 유출
  • 생태계 취약성: 대기업 중심의 발전으로 인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생태계 취약
  • 지정학적 압박: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의 전략적 선택 압박
  • 언어적 한계: 한국어 데이터의 규모적 한계로 인한 한국어 특화 모델 개발의 어려움

5. 한국의 대응 전략: 위기를 기회로

1.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경쟁력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술 강점을 AI와 결합해 차별화된 경쟁력 구축. 삼성과 SK하이닉스의 AI 특화 메모리(HBM) 기술을 활용해 AI 하드웨어 우위를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확장.

2. 산업 응용 분야 특화

제조업, 자동차, 바이오 등 한국의 주력 산업과 AI 기술 융합. 스마트 제조, 자율주행, 의료 AI 등 특화 영역에서 글로벌 니치 시장 공략. 한국의 산업 노하우와 AI 결합으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3. 한국어 특화 모델과 문화 콘텐츠 결합

한류 문화 콘텐츠와 한국어 특화 AI 모델 개발로 문화적 정체성과 디지털 주권 확보. 네이버와 카카오 중심의 한국어 모델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진입 장벽 구축.

4. 오픈소스와 자체 개발의 균형적 접근

글로벌 오픈소스 AI 모델(딥시크 포함)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되, 한국 특화 데이터로 파인튜닝. 기반 모델은 오픈소스 활용, 응용 레이어에서 차별화하는 효율적 전략 추구.

5. 국제 협력과 연합 전략

미국, 유럽, 일본 등 가치 공유국과의 AI 연구 협력 및 기술 동맹 강화. 'AI 중간 강국' 간 연대를 통한 집단적 기술 경쟁력 확보. 데이터 공유, 인재 교류, 공동 연구를 통한 역량 강화.

6. 균형 잡힌 AI 거버넌스 모델 구축

미중 간 상이한 AI 윤리 및 규제 접근법 사이에서 균형 잡힌 '한국형 AI 거버넌스' 정립. 혁신과 안전·윤리를 조화시킨 모델을 국제 표준화에 반영.

7. AI 인재 양성 및 생태계 강화

대학 AI 교육 강화, 해외 인재 유치, 산학 협력 확대로 인재 기반 구축. AI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과 자금 지원 확대. 대기업-스타트업 간 상생 협력으로 생태계 역동성 제고.

6. 미래 전망: 갈등과 협력의 교차로

기술적 진화와 경쟁 심화

딥시크는 향후 더 큰 규모의 모델 개발, 다국어 지원 확대, 산업별 특화 모델 다양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료, 법률, 금융 등 전문 분야로의 확장은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 기업들도 이에 대응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AI 혁신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규제와 표준의 분화

AI 거버넌스와 규제 관점에서 향후 '서구형'과 '중국형' 표준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딥시크와 같은 기업의 성공은 중국식 AI 규제 모델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알고리즘 투명성 등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기술 블록화의 위험

최악의 시나리오는 AI 기술의 블록화다. 미중 기술 긴장이 고조될 경우, AI 기술과 데이터 생태계가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AI 발전을 저해하고 기술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결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한국의 선택

딥시크의 부상으로 상징되는 중국 AI의 급속한 발전은 한국 AI 산업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글로벌 AI 생태계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새로운 위치를 정립할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과거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산업에서 보여준 것처럼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혁신 선도자(Innovator)'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한 명확한 전략적 방향 설정과 범국가적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미중 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기술 중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지혜가 요구된다. 한국의 산업적 강점, 문화적 자산, 국제적 연대, 그리고 인재 역량을 결합한 독자적 AI 발전 전략은 글로벌 AI 혁명 시대에 한국이 나아갈 길을 밝혀줄 것이다.

AI는 21세기의 전략적 기술이자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이제 대한민국은 AI 혁명의 수동적 관찰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로서 기술 주권과 번영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비전을 구축해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