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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를 읽고 마음에 머물던 인연이 비워지는 시간 어느 날 서점의 한 모퉁이에서 운명처럼 한 문장이 마음을 툭 건드렸습니다. “더 아픈 사람이 덜 아픈 사람을 위로한다.” 그 짧은 문구가 어찌나 시리고도 따스하던지, 차마 책장을 덮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결국 품에 안아 온 그 책을 사흘 동안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낱낱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창밖으로 스치는 아침 풍경 위로 글귀들이 겹쳐질 때마다, 나 자신과 오버랩되는 대목에서는 몇 번이고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곤 했습니다.책은 시종일관 다정한 음성으로 속삭입니다. 나 자신을 아끼고, 위로하고, 사랑하라고. 하지만 삶의 현장이라는 전쟁터에서 그 말은 때로 너무나 아득하게만 들립니다. 매일 마주하는 관계의 파고와 현실의 무게를 벗어나기 전에는, 나.. 2026. 2. 12.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2025 노벨 경제학상의 두 얼굴: 위대한 통찰인가, 위험한 일반화인가?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는 다론 아제모을루와 제임스 로빈슨 등에게 돌아갔습니다. 서점가는 그들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다시 뜨겁습니다.많은 사람이 이 책이 밝혀낸 '제도의 힘'에 환호합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 책이 "오류 투성이의 짜깁기"라는 혹독한 비판도 존재합니다.오늘은 이 뜨거운 감자를 정(正), 반(反), 합(合)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해부해 봅니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맹신하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리뷰입니다.1. 정(正): 위대한 발견 - "운명은 제도가 결정한다"먼저, 이 책이 왜 전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노벨상까지 거머쥐었는지 그 긍정적 가치를 봅니다.기존에는 가난의 원인을 .. 2025. 12. 2.
2025년 노벨 경제학상의 혁신에 대하여 2025 노벨 경제학상의 경고: "배부른 돼지에게 '성장의 문화'는 없다"혁신은 기술이 아닌, '문화'와 '파괴'에서 시작된다."2025년 노벨 경제학상은 조엘 모키어(Joel Mokyr), 필립 아기옹(Philippe Aghion), 피터 호윗(Peter Howitt)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세계적 석학들이 던진 화두는 명확합니다.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단순한 자본 투입이 아니라, **'지식 문화'**와 **'창조적 파괴'**라는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과거의 성광에 취해 매너리즘에 빠진 기업들에게 보내는 서늘한 경고장과 같습니다.1. 모키어의 '성장의 문화' vs 유지를 위한 '보여주기식 문화'경제사 분야의 석학 조엘 모키어 교수(노스웨스턴대)는 그의 저서 **에서 산업혁명의 원인을 기술 자체가 아닌.. 2025. 11. 28.
아버지의 마음과 리더의 마음 어제도 아들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3 아들은 체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다른 부모들처럼 차로 픽업해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학원비도 빠듯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고급 단백질 보충제도 사주지 못한다. 그저 어머니가 정성껏 차려주는 식사가 전부다. 때로는 이런 현실이 아들의 꿈을 꺾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아들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리더의 깨달음회사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을 자주 목격한다. 어떤 리더들은 직원이 업무상 어려움을 호소하면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며 능력을 높이 평가하거나, 책임을 전가한다. 반면 어떤 리더들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나 역시 회사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했던 적이 .. 2025. 8. 17.
여름 별미를 찾아서: 인천 백면옥의 평양냉면 무더운 여름, 냉면이 생각날 때면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유명 냉면집을 떠올린다. 우래옥, 동대문의 평양냉면, 학동의 진미평양냉면, 마포의 을밀대, 중구의 필동면옥까지 서울의 내로라하는 평양냉면 맛집들을 두루 다녀본 필자로서는, 인천에도 이에 못지않은 숨은 보석 같은 냉면 맛집이 있음을 소개하고 싶다.자부심이 넘치는 백면옥인천의 백면옥은 사장님의 냉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다. 때로는 손님에게 과할 정도로 상세한 설명을 해주셔서 '귀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열정적인 설명을 피해 조용히 음미할 요령도 생겼으니 오히려 즐거운 에피소드가 되었다.이곳은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고, 유명한 방송인 이영자 씨도 다녀간 곳으로 유명하다. 벽면에 걸린 '선주후면, 선육후면'.. 2025. 8. 5.
설악산 폭염 산행기 - 극한 속에서 발견한 내면의 성찰 매년 한두 차례 설악산을 찾는 것이 나의 정기적인 루틴이다. 이번 여름휴가에도 어김없이 설악산 종주를 계획했다. 이번 산행은 백담사를 시작으로 영시암, 오세암, 마등령, 공룡능선을 거쳐 희운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대청봉을 지나 다시 오세암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하지만 이번 산행은 달랐다. 휴가라는 들뜬 마음에 안이한 자세로 나섰던 것이 화근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은 예상보다 훨씬 혹독했다. 결국 지인과의 약속을 핑계 삼아 당초 계획을 변경하여 비선대와 소공원으로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총 22km의 거리를 쉬고 놀면서 13시간 30분에 걸쳐 다녀왔지만, 그 과정은 말 그대로 '고비'와 '난관'의 연속이었다. 폭염 앞에서 나는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가장 힘들었던 순간,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 2025. 8. 5.